한겨울 새벽 공기 속, 내가 뛰어든 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기
눈을 떴을 때 6시 47분. 가벼운 두통, 전날 야근의 잔재. “그래도 오늘은 박람회 가는 날이잖아…”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왜 하필이면 주말 아침마다 알람보다 두통이 먼저 깰까, 참 웃기다. 양치컵을 덜컥 떨어뜨려 물이 튀었고, 그 물 위로 내 마음도 철퍽— 퍼졌다. 피곤함 속에서도 가슴은 묘하게 뛰었다. 내 결혼식은 내년인데, 준비는 벌써 시작됐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바로 코엑스 웨딩박람회였다.
머리칼은 반쯤 젖은 채 코엑스로 출발. 지하철 2호선이 살짝 빈 건 아침 시간 덕분이었을까. 커피를 들고 탔다가 한 모금도 못 마시고 급정거에 쏟을 뻔. “결혼 준비도 이렇게 덜컹거리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 옆자리 아주머니가 빙긋 웃었고, 나 역시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아니 기대랄까?
장점과 내가 발견한 활용법
1. 공간의 스케일이 주는 몰입감
코엑스 홀에 들어서는 순간, 확 트인 천장과 휘황한 조명에 숨이 탁— 막혔다. 작은 부스들이 모여 만든 결혼의 행성들. 드레스, 스냅, 예물, 그리고 한복. 모든 게 눈앞에서 반짝였다. 덕분에 ‘뭘 모르는 초보’였던 나는, 그냥 걷기만 해도 머릿속 지형도가 그려졌다. 이건 큰 장점! 도면 없이도 길 찾는 기분, 느낌 아니까.
2. 실전형 상담 꿀팁
한 부스에서 웨딩 플래너님이 “예식장은 언제쯤 생각하세요?” 묻는데 나도 모르게 “7월 27일, 오후 5시, 노을지는 시간대요!”라고 외쳤다. 어라, 내가 날짜까지 이렇게 확실히 말하다니?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비교견적 받다 보니, 계획이 구체화되는 건 덤. 팁이라면 ‘관심 없는 부스라도 최소 3곳은 체험하자’는 것. 비교가 돼야 내가 뭘 원하는지, 그러니까… 마음속 예식의 모양이 선명해지더라.
3. 예비 신랑에게도 명분이 생기는 순간
사실 남자친구는 “그냥 인터넷 후기 보면 되지 않나?” 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턱시도를 입어보니 거울 앞에서 빙그르 돌며 “이거 꽤 멋진데?”라고. 결국 나보다 더 열심히 명함 챙기고, 견적표 색칠하며 신났다 😆 하나를 함께 경험하는 게 이렇게 강력할 줄이야.
단점, 그리고 살짝 아쉬웠던 점
1. 넘치는 정보, 터지는 머리
다 좋기만 할 줄 알았던 내가 바보였다. 두 번째 회랑쯤 돌았을 때부터 명함이 가방에 우수수. 순서가 뒤죽박죽. “이 부스가 어느 스튜디오였더라?” 헷갈려 미아 된 느낌. 그래서 집에 와서야 번호를 다시 검색하는 삽질, 두 시간. 메모 습관 없으면 진짜 눈물 난다.
2. 호객 행위와 눈치 싸움
“고객님, 오늘 현장 계약 시 추가 할인!”이라는 말에 솔깃했지만, 잠깐! 덜컥 계약했다간 후회할 수도 있다. 나? 한복 부스에서 한 번 그래버렸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서 다른 부스 가격 듣고 ‘헉’. 다행히 쿨링오프 기간 덕에 취소했지만, 그때 가슴 철렁. 계약은 집에 돌아와 냉정해진 후에 하기로 스스로 규칙.
FAQ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다
Q. 입장료가 있나요? 할인 방법은?
A. 온라인 사전 등록하면 보통 무료. 난 새벽 출근 버스에서 급하게 신청했는데, QR코드만 보여주니 끝. 깜빡했어도 현장 이벤트 SNS 팔로우하면 입장권 주는 곳 많더라.
Q. 상담 시간, 얼마나 잡아야 여유롭나요?
A. 내 경우 드레스 한 부스에서만 40분 넘게. 전체적으로 3시간은 잡자. 커피 마실 틈? 거의 없다. 그래서 입구 근처 카페에서 텀블러 채워 간 게 신의 한 수.
Q. 예비 신랑에게 꿀팁 하나만?
A. 체크리스트를 미리 공유하라! 남자친구는 처음엔 뚱— 했지만, 미리 ‘예복, 스냅, 예물’ 항목별 관심도를 표시해두고 가니 참여도가 급상승. “오, 이건 내가 선택한 거잖아”라는 주인의식이 생긴다. 결국, 플래너님도 “두 분 호흡이 착착 맞네요”라며 칭찬.
Q. 박람회 후 정리 노하우?
A. 명함 사진 찍어 카톡으로 자가 전송, 부스명+견적 메모. 그리고 그날 받은 브로슈어는 식탁에 쫙 펼쳐놓고, ‘좋음/보통/패스’로 분류. 나? 처음엔 귀찮았지만, 일주일 지나니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때 찍은 사진만이 살 길이었다.
이렇게, 허둥거리며도 결혼 준비의 첫 걸음을 뗐다. 피곤했지만, 돌아오는 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은 묘하게 반짝였다. 혹시 당신도 곧 박람회를 갈 예정이라면? 떨리는 마음을 그냥 안고 가라. 실수해도, 방향 잃어도 괜찮다. 사랑의 준비라는 건, 원래 약간은 서툴러야 더 기억에 남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나처럼 기분 좋게 두통을 잊고 새벽을 달리게 될지도 모르잖아요?